구병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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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있길 바라는 : SF보다 Vol. 1 얼음 /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1. 매년 계절을 맞으면서도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낯설다. 이맘때면 날씨가 어땠더라. 언제부터 덥고, 언제부터 추웠지. 환절기에는 반소매부터 제법 두터운 겉옷까지 입은 사람들의 속에서 걸으며 지금 다들 어떤 계절을 느끼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올해는 이상 기후 속에 꽃이 다 이르게 개화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있고 그래서 제법 이른 더위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2. 갑자기 공포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은 더위와 함께 오는 생각이다. 밖은 덥지만 어쩐지 긴장으로 차가워지는 등과 목덜미를 느끼며. 아직 공포영화가 오기엔 이른 때다. 겁이 많으면서도 호기심도 많아서 제법 본 공포영화도 많은데 본 것들은 이미 너무 여러 번 보아서 또 보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김빠지는..
2023.04.30 -
기억의 순간 : 파과 / 구병모
1. 파과라는 제목의 울림이 좋았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쩐지 깨진 복숭아의 향이 날 것만 같은. 구병모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으깨진 과일이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했고, 결말을 내고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니 여러 뜻을 담기 위해 중의적인 의미로 한자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복숭아 표면의 짧은 솜털과 옅은 분홍과 붉은색이 섞인 그 단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표지의 색상이 한몫했을 것이다. 2. 킬러의 이야기는 흔하다. 그러나 여성 킬러는 드물다. 그것도 노년의 여성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조각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새롭다. 지하철이라는 익숙하고 지루한 공간을 순식간에 생각지도 못한 공간으로 재창조한다. 하지만 조각은 일을 할 때 빼고는 어쩐지 서툴러 보인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
202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