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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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넘치는 마음으로
독서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막상 블로그에는 글을 거의 적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러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지만, 디지털 기록과 아날로그 기록의 사이에서 한동안 다시 연필로 쓰는 재미를 떠올린 것도 있다. 하얀 종이에 사각사각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적고 연필을 깎으면 다시 예리해지는 심과 나무의 향이란. 그래서 적는 과정이 더 즐거웠다. 또 적는다는 행위가 신기한 것이 마냥 한 가지를 적다가도 생각보다 먼저 손으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가려고 했던 곳보다 한 걸음 더, 전에 있었지 이런 비슷한 게…? 하면서 적어내려가는 즐거움이란. 새로운 학기가 되면 새 공책을 사는 취미만 있던 사람인데 책 몇 권을 읽고나니 오래 가지고 있었던 공책이 적어내린 글로 가득해졌다. 공책을 채웠으..
2024.03.30 -
꿈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
- 2024.01.11.의 꿈. 새벽에 자다가 깨서 꿈처럼(꿈이던가?) 떠오른 장면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것이 부풀어오르고 그 안에선 눈들이 자라나서 모든 것이 깜빡이며 눈을 뜬다. 하얀 벽은 저멀리 팽창해 멀어져가고, 짙은 나무색의 긴 식탁 위에는 커다란 타원형의 하얀 도자기 접시. 그 위에 하얗고 커다란 푸딩케이크. 역시나 그릇처럼 타원형이다. 케이크엔 노란 민들레가 장식처럼 꽂혀있고, 창 밖으론 검은 우주에 커다란(거대한) 별들이 반짝인다. 나는 집에 있는데, 여기가 우주던가. 문득 민들레꽃을 본지 너무 오래란 생각이 들었다. - 꿈을 정말 자주 꾸는 편인데, (사실 자주라기보다도 안 꾸는 날이 드문 편이긴하지만) 요즘은 일어나면 금방 휘발되어 잘 기억하진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2024.01.11 -
조용히 2024년을 맞으며
- 2024년을 맞이하는 것은 정말 조용했다. 매해 점점 더 조용히 맞으려하지만 이번에는 00:00이라는 시간을 보고도 들뜬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해의 첫 날이란 것은 묘해서 사람을 새로운 일을 시작할 힘을 주는 것 같다. 나는 가만히 꼭 해야할 일들 몇 가지를 적어두고 책을 읽었다. 2024년이 오기 전에 2024라는 숫자를 손으로 적어본 일이 없다.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몇 번인가 적어본 것도 같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 지나간 해를 적어 틀리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연초에는 숫자를 적을 때마다 조금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이어리의 첫 장이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의 끝에 숫자를 적을 때 말이다. 연말에는 그동안 구매를 고민하던 블랙윙 연필을 한 더즌 사봤고, 올해에는 연필로 무..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