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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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넘치는 마음으로
독서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막상 블로그에는 글을 거의 적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러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지만, 디지털 기록과 아날로그 기록의 사이에서 한동안 다시 연필로 쓰는 재미를 떠올린 것도 있다. 하얀 종이에 사각사각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적고 연필을 깎으면 다시 예리해지는 심과 나무의 향이란. 그래서 적는 과정이 더 즐거웠다. 또 적는다는 행위가 신기한 것이 마냥 한 가지를 적다가도 생각보다 먼저 손으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가려고 했던 곳보다 한 걸음 더, 전에 있었지 이런 비슷한 게…? 하면서 적어내려가는 즐거움이란. 새로운 학기가 되면 새 공책을 사는 취미만 있던 사람인데 책 몇 권을 읽고나니 오래 가지고 있었던 공책이 적어내린 글로 가득해졌다. 공책을 채웠으..
2024.03.30 -
꿈
1. 꿈을 많이 꾼다. 꿈이 없이 잠드는 날이 드물 정도로.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마다 일기는 며칠 못 쓰고 그만 두는 반면 자고 일어나 기억에 남은 꿈 자락을 기록하는 것은 의외로 드문드문 끊이지 않고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꿈의 색채를 따지자면 새벽의 바다 같은 짙고 푸른 빛. 불이 꺼진 듯 어두워 한 톤 더 내려간 분위기는 꿈에서 깨어나서야 매번 깨닫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그리운 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잘게 부서지고 섞여 새롭게 하나의 밤을 삼킨다. 나는 매일 밤 침대보다는 꿈의 자락에 감겨 눈을 감는다. 2. 어떤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건 그때의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지, 그때 인지했던 그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건지 종종 고민한다. 우리가 인지하는 이미지는 올..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