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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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세계 : 팔꿈치를 주세요 / 황정은, 안윤, 박서련, 김멜라, 서수진, 김초엽
- 읽고 싶은 날 한 편씩 천천히 읽었다. 모든 글들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날씨의 기억과 함께 떠오른다. 어떤 글은 눈물이 나고, 어떤 글은 낯선 세계를 만난 것처럼 설레고, 어떤 글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1. [사랑을 믿는다고, 내가 어떻게 단숨에 말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지금아.] / 올빼미와 개구리, 황정은 2. [묵자는 만져지지 않는다. 묵자는 검기만 하다.] 3. [울 필요가 없을 뿐인데 벙어리라니.] 4. [그러나 어느 날 피아노 줄이 탕, 결연한 소리를 내며 끊어지는 순간처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르는 관성이 끊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 모린, 안윤 5. [손과 무릎 사이의 온기로 손끝에서부터 녹아 없어지는 나를, 나의 젤로를 상상했다. 네가 사랑하..
2023.12.17 -
SF보다 Vol. 1 얼음 서평단
- 소설의 가제본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SF와 좋아하는 작가들의 조합이라니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첫 주제는 얼음이다. 따뜻한 이야기들도 좋지만 어쩐지 차가운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나는 조용히 적힌 제목들부터 기대가 됐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서 우리에게 다가올까. SF보다 Vol 1 얼음독자의 환상적인 사유를 자극하는 문학과지성사의 새 기획, 〈SF 보다〉가 독자들 앞에 첫선을 보인다. 철에 따라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을 소개하는 〈소설 보다〉와 1년에 한 번 한국 시의 축제를 여는 〈시 보다〉를 펴내며 한국문학의 최전선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발 빠르게 연결해온 문학과지성사가 새롭게 시작하는 세 번째 ‘보다’ 시리즈이다. 작가 복거일, 듀나, 조하형, 배명훈, 김..
2023.04.20 -
기억의 순간 : 파과 / 구병모
1. 파과라는 제목의 울림이 좋았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쩐지 깨진 복숭아의 향이 날 것만 같은. 구병모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으깨진 과일이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했고, 결말을 내고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니 여러 뜻을 담기 위해 중의적인 의미로 한자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복숭아 표면의 짧은 솜털과 옅은 분홍과 붉은색이 섞인 그 단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표지의 색상이 한몫했을 것이다. 2. 킬러의 이야기는 흔하다. 그러나 여성 킬러는 드물다. 그것도 노년의 여성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조각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새롭다. 지하철이라는 익숙하고 지루한 공간을 순식간에 생각지도 못한 공간으로 재창조한다. 하지만 조각은 일을 할 때 빼고는 어쩐지 서툴러 보인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
2023.04.14 -
내가 사랑하는 것들 : 재와 물거품 / 김청귤
- 짙은 파란색의 표지와 재와 물거품이라는 어딘지 접점이 없으면서도 같은 속성을 가진 단어들로 이루어진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집었었다. 재와 물거품. 무언가 존재가 잡힐 듯하면서도 사라질 것만 같은 것. 보이지만 어딘가 허무한 느낌을 주는 것들. 그 자체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과정의 순간 같은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고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잊히지 않아 몇 번을 읽었고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1. 재와 물거품은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인어인 수아와 인어의 사랑이자 구원인 마녀 마리. 인어는 마녀를 구원하고 마녀는 인어를 구원한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서로의 구원이다. 서로가 아니면 구원받을 수 없다. 구원은 사랑이다. 2. 마녀는 무녀였다. 무녀들은 대..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