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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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순간 : 파과 / 구병모
1. 파과라는 제목의 울림이 좋았다. 소리 내어 말하면 어쩐지 깨진 복숭아의 향이 날 것만 같은. 구병모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으깨진 과일이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했고, 결말을 내고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니 여러 뜻을 담기 위해 중의적인 의미로 한자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복숭아 표면의 짧은 솜털과 옅은 분홍과 붉은색이 섞인 그 단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표지의 색상이 한몫했을 것이다. 2. 킬러의 이야기는 흔하다. 그러나 여성 킬러는 드물다. 그것도 노년의 여성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조각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새롭다. 지하철이라는 익숙하고 지루한 공간을 순식간에 생각지도 못한 공간으로 재창조한다. 하지만 조각은 일을 할 때 빼고는 어쩐지 서툴러 보인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
2023.04.14 -
내가 사랑하는 것들 : 재와 물거품 / 김청귤
- 짙은 파란색의 표지와 재와 물거품이라는 어딘지 접점이 없으면서도 같은 속성을 가진 단어들로 이루어진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집었었다. 재와 물거품. 무언가 존재가 잡힐 듯하면서도 사라질 것만 같은 것. 보이지만 어딘가 허무한 느낌을 주는 것들. 그 자체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과정의 순간 같은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고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잊히지 않아 몇 번을 읽었고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1. 재와 물거품은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인어인 수아와 인어의 사랑이자 구원인 마녀 마리. 인어는 마녀를 구원하고 마녀는 인어를 구원한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서로의 구원이다. 서로가 아니면 구원받을 수 없다. 구원은 사랑이다. 2. 마녀는 무녀였다. 무녀들은 대..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