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

2024. 1. 11. 22:26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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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1.의 꿈.

  새벽에 자다가 깨서 꿈처럼(꿈이던가?) 떠오른 장면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것이 부풀어오르고 그 안에선 눈들이 자라나서 모든 것이 깜빡이며 눈을 뜬다. 하얀 벽은 저멀리 팽창해 멀어져가고, 짙은 나무색의 긴 식탁 위에는 커다란 타원형의 하얀 도자기 접시. 그 위에 하얗고 커다란 푸딩케이크. 역시나 그릇처럼 타원형이다. 케이크엔 노란 민들레가 장식처럼 꽂혀있고, 창 밖으론 검은 우주에 커다란(거대한) 별들이 반짝인다. 나는 집에 있는데, 여기가 우주던가. 문득 민들레꽃을 본지 너무 오래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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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정말 자주 꾸는 편인데, (사실 자주라기보다도 안 꾸는 날이 드문 편이긴하지만) 요즘은 일어나면 금방 휘발되어 잘 기억하진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기엔 일어나자마자 멍하니 떠올려보면 그것은 꿈보다는 머나면 기억 속의 일들 같아서 현실과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자세히 뜯어보면 현실을 비췄을 뿐 현실같진 않아서 곧 그 드문드문 떨어진 틈새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감기로 앓을 때면 모든 감각이 멀어져서 홀로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검지만 어둡지는 않은 우주에 혼자 둥둥. 아주 좁은 공간에 있거나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상상만으로도 조금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때문에 우주도 무섭고 심해도 무서워한다. 하지만 아플 때에 우주라고 느껴지는 것은 어쩐지 무섭지 않다. 덮고있던 이불들 때문인지 포근하다는 느낌도 있고, 가끔은 그 포근함마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은 꿈에서 우주를 보았고 그 꿈을 적으면서 우주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지구도 우주에 속해있으니 우리는 따지고 보면 우주에 있는 것이 맞는데. 우주에 간다라고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는 지구를 떠날 때니까 뭐가 맞는 걸까. 아마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우주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느껴본 적 없지만 무중력이 궁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불안한 느낌도 들 것 같다. 왜 이 생각에서 나는 갑자기 자유와 책임감같은 것이 중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그치만 어쩐지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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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과 통화를 많이 했다. 서로의 모르는 시간을 꾹꾹 눌러담아 축약된 소식들은 그만큼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통화의 마지막은 항상 서로의 안녕을 빌며. 결국은 별 일이 없다는 소식이 제일 반가운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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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새해가 되면 결심이란 단어와 함께 작심삼일이라는 단어가 보일듯 말듯 따라오는 것 같았다. 새 결심들에 따르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하루라도 빠지면 안된다는 강박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새해를 시작한지 11일 된 지금은 그냥 잘 지낸다. 아직 한 해의 초입이라 뭘 어쨌다 판단하긴 매우 이른 시기이지만, 얼마나 쓸까 싶었던 다이어리는 생각보다 부담없이 잘 쓰고 있고(아마도 지금까지 사용한 다이어리 중에 가장 잘 쓰고 있는 중일 것이다.) 책도 잘 읽고 있다. 아프지 않았고, 즐거운 일들이 있었고, 한 해의 목표 중 하나로 적었던 일을 벌써 끝낸 것도 있다. 그리고 내일도 즐거울 것 같다. 그냥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이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일까. 살아가는 날들이 이만큼만 평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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